창문, 어둠, 추락.
2023. 8. 18. 15:02

 
 
 
 
 
 
 
 
멀리 갔다면 좋았을텐데.
멀리가지도 못하고 떠돌기만하였다.
 
 
 
 
 
 
 
 
네 모든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나는 너에게 부정당했으니까. 억울했던 거 같아. 그만큼 난 노력했다고 생각했거든. 내 이야기를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앞으로의 우리 이야기만 입에 담고 싶어서 내가, 낭만을 쫓은 게 그렇게 잘 못 된 일인지도 몰랐어. 바보같이, 그렇게 낭만을 쫓으면 다른 건 잊고 그 순간을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을 것만 같았거든. 나는 네가 그냥, 완벽의 틀에서 조금 벗어나서 너 자신을 사랑해 주기만을 바란 건데. 이게 내가 전부 틀렸던 거였을지도 모르지. 네가 널 사랑하지 않으니,  내가 널 사랑할 자신이 없어. 누굴 사랑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네가 항상 헷갈리게 했잖아. 그럼 난 어림잡아 추측하고. 또 그 추측에 자신을 잃고. 결국에, 내가 널 사랑할 수 있을까 의심하게 되었어. 그럴 가치가, 주제가 되지 못하고 있었던 거 같았거든.
 
 
 

 " 꼭, 혼자 기다린 사람처럼 말하네. 결국 가만히 있었던 건 너였으면서.  항상 사탕 발린 말이나 하는 주제에...
이제, 의미를 모를 건 너 자체가 되어버렸잖아. "

 
 
 
 
너에게 상처를 줄 말을 억지로 토해낸다. 하지만, 왜 내가 이 말들에 상처를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노력은 했던가, 네가 바라는 만큼, 네 욕심을 채워 줄 만큼, 네 전부가 되어 줄 수 있을 만큼 난 무엇이 된지도 모르는 채 의미가 퇴색되어만 간다. 믿음이 흐려지고 애정이 무너져서 불이 꺼져 어두운 세상 같아. 더는 추위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남겨진 게 없이 공허하다. 죽여두었다고 생각한 불안함은 어둠을 삼켜 두려움과 공포로 되돌아와. 낮이라 생각한 것이 한순간에 밤이 되었다.
 
 
 

"...네 옆에 있으면 숨이 막혀. 넌 계속 날 추락시키고서 슬퍼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또 구경만 할 텐데. 차라리, 커튼을 쳐두지 그랬어. 네 시선이 어디에도 안 닿게 네가 숨어버리지."
 
 

 
도망가고 싶으나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아 굳는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도. 간다 하더라도 다시 막혀버려 그곳에 주저앉아버릴 텐데. 도망은 도망을 낳을 뿐이었다. 알면서도 그 괴로움에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방은 몇 개더라. 나가는 문은 하나인데. 나에게 도망갈 창은 너무 많았다. 
 
 
 

"날 망가뜨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보여 줄 것도 보이고 싶은 것도 없어졌다. 아무것도 없는데, 내가 할 이야기가 어떤 게 있었겠어. 너랑 함께 만들고 싶었어. 그런데, 아마 이런 결말은 아니었을 거야. 네가 짓누르는 상처가 아프다. 눈이 저절로 찌푸려지고 신음을 삼킨다. 아프다, 모든 게 넝마가 되었어. 이런 걸 가지고 가 봤자 다시 치장한들 볼품없을 뿐이야. 내 상처에는 네 이름 하나만큼은 새겨 넣겠구나. 리산드로. 그러면 나는 또 그 이름을 안고 아프도 울며 밤을 지새우겠지. 지우지도 못할 상처를, 감추지도 못할 걸 남겨서 축하해. 이제, 하얗게 돌아가지도 못 할 거야. 다시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온다. 변하지 않았다 생각했는데, 내 모든 게 착각이었어.
 
 
 

... 
 
 
 

 
뒤돌아보지도 않고 도망갈걸. 왜 나는 뒤돌아서 여기에 가둬지고 말았는지. 결국에 나의 미련은 너였어. 지금도 돌아오니 나는 후회가 되었잖아. 네가 그렇게 말하던 소원, 바라는 게 하나 있었던가. 서투르게 쓴 종잇장 하나 따위, 쓰지도 않고 모든 게 너니까. 너이기 때문에 우리의 모든 게 잘 풀릴 줄로만 알았던 어린 치기가 결국 끝을 보였다. 이제 그 유한하던 시간이 뒤엉켜서 난잡해진 꼴을 봐. 이런데도 너는 내가 소원을 바란다면, 들어 줄 거야? 우리가 우정으로서 받아 적었던 그 종이 한 장이. 아직도 효과가 있을까. 네가 아직 나를 애정 한다면. 곁에 있음으로 상처를 계속 받을 걸 알면서도 이제 갈 곳 없는 나를 받아 줄 거야? 네 어깨에 이마를 부딪혔다. 미련하고. 구차하고. 또... 또... 너무, 많아. 나에게 긍정적인 것은 하나 없고 결점투성이고 이제, 네가 알 듯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지만 지금 나는, 너무 무서워. 그냥, 네가 준 상처지만. 네가 달래주었으면 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거 밖에 없어. 다시 또, 옛날처럼 하나의 물건에 의미를 담고 내 불안함을 재우고 달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때가 나은 거 같아.
 
 
 
 

"...도와줘. "
 
 
 
 
 
다 내 탓으로 돌려도 좋으니까. 제발.

이제 소원보다는, 애원이 된 형태로

네 옷깃을 붙은 채 숨을 내뱉는다. 

네가 아직까지 창문을 열어두었다면.

다시 돌아와 어디에도 가지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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