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너와 나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그래서 이 결말이 우리에게 어울리는 것이였다.
"어릴적부터 했던 얘기지만... 난 엄청 크고 넓은 집에서 살거야. 너희들을 다 받아줄 수 있을만한 집..."
너의 곁을 떠나기 위해, 나는 발걸음을 돌린 순간 너의 허황된 꿈이 들려왔다. 지긋지긋했다. 가족에 얽메여 항상 우리를, 나를 울타리안에 가두려하는것이. 네 말대로 나는 듣지 않으려고 했다. 그 속에 나를 두지 말았으면 했다. 너는 너무나 이상적이고 사람을 사랑해서, 이렇게 너를 군다 하더라도 네가 나를 끝까지 미워하지 못할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더욱 너에게 모질게 굴었다. 너의 발을 망가뜨려도 사과하지 않았다. 네가 나를 두려워해도 겁을 먹지 말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너에게 두려운 존재로 남으려 했다. 절대 너와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 다시는 네가 그 문 조차 못열게 만들게 할 수 있어 "
집이라는 것은, 언제든 돌아 올 수 있는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안락한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안락함에 취하고 안심할 수 있기 때문에 동시에 두려운 것이였다. 너는 언제까지 나를 포기하지 못 할것인지. 내가 떠난다 하더라도 미련하게, 바보같이 문을 열고 나를 기다릴 엉터리같은 울타리야. 나를 가두려 했으나 결국 가두지도 못한 엉터리 울타리야. 너가 다시는 그 무엇하나 가두지 못하도록 내가 망쳐야... 그 문을 그 누구에게도 열지 못하게끔 내가 못질을 해야. 그제서야 나를 포기할 것인가. 내가 얼마나 더 너를 비참하게 만들어야 너는 그 울타리가 허튼짓이라는걸 알텐가. 너는 날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 또한 너의 사람에 속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는 이제 우리에게 추억하기엔 괴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네가 더이상 나를 추억하지도 못 하게. 나의 이름을 떠올릴 때면, 나의 생각이 날 때면 괴로워서 나를 잊어버릴 수 있게. 나는 너를 더 괴롭히고 너에게 나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래, 나의 목표는 너에게서 '카일'이라는 두 글자의 이름마저 지워버리는 것. 쉽지는 않겠지. 너도 포기하지 않을것이고.
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주 서글픈 울음소리였다. 아이같았을까. 서러웠을까. 무엇이 그리 무서웠나. 서로 한치도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 나는 나 혼자로서 남아, 주인의 아래에 살아가겠으나. 네가 그 주인들이 필요하지 않는다하더라도 네 곁엔 나를 제외한 수 많은 가족들이 있을 것이다. 네가 좋아하는 그 가족들의 곁에서 살도록해. 그들의 곁에서 바보같이 편안함을 느끼며 그것에 안주하도록 살도록해. 너는 너로서 남고. 나는 나로서 남아야한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다르니 합쳐질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면. 그러니, 제발 나를 포기하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에게 이 결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도 없는 다툼이 지속될 것이고. 이 곳에 승자도 패자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