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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의 고독.

직거래로그마 2024. 2. 1. 13:33

*세이디 오너님께서 추천해준 서사곡이라 하여 추가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정도면 그냥 가족이라고 해도 되지 않나요?"

 

 

 

 


데보라에게 들은 처음 그 말. 그 말을 꽤나 그녀 외의 다른 사람이게도 자주 들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부정하였다. 가족이 아니었다. 핏줄도 연결되지 않은 그 사람은 나와 남이었다. 남이었기에 그 사람에게 은혜를 갚아야 하는 그런 채무관계. 그 사람이 나를 죽음에서부터 막아주었으니, 나는 그 사람을 죽음으로 인도해 주는 것이 나의 보답이라고. 졸업식 그날 학교를 나서며 결심하였다. 내가 눈을 감지 못 하게 해주었으니 당신의 눈을 감는 모습은 내가 지켜보고자. 그것뿐이었다. 그러니 그 감정은 가족 같은 게 아니었다.

 

 

 




" 장례는 가족이나 관계자 외의 타인이 치러 줄 순 없으세요. "

 

 

 



그 사람의 숨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나는 알았고. 나는 항상 보답을 위한 마지막 절차를 밟고 있었다. 하지만 난 그 사람의 진짜 가족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사람은 이제 손가락을 까닥하지 못할 정도로 힘이 없어 나의 도움 없이는 식사하기를 힘들어했으며 이제 수화를 통한 소통도 힘들다. 애초에 이렇게 되기까지 한 번도 그 사람을 찾아온 이가 없었으니. 가족이 존재하기는 하였을까. 난 그 사람의 이름조차 모른다. 그 사람은 내 이름을 알기는 할까. 단 한 번도 내 이름을 불러 본 적도 없는데. 무엇이든 쉽지는 않았다. 난 어떤 결심을 하였다. 정이나 그런 것 따위가 아닌 그저 '보답'을 위한 하나의 절차로. 난 그 사람에게 해 주어야 할 것이 있다는 그 사명감으로. 이건 정 따위가 아닌 것으로.

 

 

 

(*지인지원)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가족이 생겼다.
정과 애정 따위로 뭉쳐진 가족은 아니었다.
필요로 의한, 죽음을 위한 가족.
내가 선택한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의.

 

 

 

 



" 서류엔 당신의 이름을 설리반으로 올려두도록 하지."

 




단 한 번도 그 사람이 나의 이름을 불러 준 적도

나에 대한 어떤 감정도 이야기한 적 없었다.

나도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 준 적이 없었다.

그 사람에 대한 감정도 이야기 한 적 없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이제 설리반이다.

 



설리반은 무슨 생각, 감정을 품었을까.

설리반은 그 삶에 만족했을까.

설리반은 행복했을까.

나는, 아니 우리는.

어쩌면 영원히 답을 모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