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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生存)

직거래로그마 2023. 12. 26. 20:12

 

 

 

 

 

 

내가 왜 여전히 살아 숨쉬는가에 대해 물음을 품었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나는 얼굴도 모르는 부모를 비난한 적이 없었다.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얼굴도 모르는 이는 남과도 같고 그들을 기억하려 하는 것은 쓸데없는 것이었으니까. 소외받는 자들의 존재마저 지우는 세상에 분노한 적도 없었다. 원래 세상은 있는 자들이 즐기는 것이니까. 그 균형은 당연했다. 

 

 

...

 

 

잊히고. 가치는 없어지고. 차가워지며. 숨이 옅어질 때. 태어난 생명이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 그 당연함이 틀려져 갈 때. 나는 추운 겨울날, 조용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였다. 본래라면 그대로 잊히는 것이 당연할 텐데. 절대 이 세상에서 '순수한'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텐데. 이런 곳에서 '배려' 따위도 존재하지 않을 텐데. 그 따듯하던 수프가. 그 따듯한 방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 집을 도망치듯 뛰쳐나갔다. 당연히, 당연히!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지워지는 게 당연하다. 신경 쓰지 않는 게 당연하고. 순수한 배려 따위도. 관심도. 그런 게 없는 건 당연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자의 세상이니까. 자신도 불쌍한 사람이면서 불쌍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도와. 말도 안 돼. 웃기지도 않았다. 서로 돕고 사는 그딴 게 어디에 있어. 부정하고 부정하고 또 부정하며 은혜를 뒤로하고 달려나가니, 나는 어느새 마법사가 되어있었고 그곳은 학교였다.

 

 

다시는 그 차가운 세상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존재하지 않을 '순수한 배려' 따위를 보여 준 그 사람을 다시는 마주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허나, 웃기게도 도망친 곳에서 마주한 사람들은 그보다 더 잔인했다. 나와 비슷한 배경이었음에도 너무나도 다정한. 이런 세상이니 더욱 외로울테니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과거를 그리워하며 추억하는. 바깥과 세상을 사랑하는. 쓸데없이 타인에게 관심이 많아 의미를 들쑤시는. 말들은 잔혹하다. 다정은 끔직하다. 관심은 두렵다. 오고 가는 말들에 두려움을 겪고 오늘도 조용함을 찾는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도망갈 곳은 없었다.

 

.

.

.

 

 

 

내가 왜 여전히 살아 숨쉬는가에 대해 물음을 품었다.

 

 

 

 

 

물음 끝에 첫 번째 답은, 살아있기에 살아가야 한다였다.



 

 

 

 

 

 

 

 

 

 


그리고 두번째 답은

 

 

도망갈 곳은 결국,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